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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만사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5.14
첨부파일0
조회수
1692
내용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하트스맨 마인드스캔 클리닉 김연희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행복할 때는 행복의 이유를 굳이 찾으려 하지 않고 찾지 않아도 된다. 그냥 행복을 즐기면 그뿐이다. 하지만 불행할 때는 그 이유가 무얼까 찾게 되고 해결하려고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저마다 자신들의 불행이 가장 크고 유일하게 느껴져서 불행의 모습이 제각각 다양함을 더 주장하는 듯하다.

소설 첫 부분에 묘사된 가정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동거가 무의미하고 우연히 한 여인숙에서 묵게 된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더 친밀한 관계일 거라고까지 느낀다. 한 집에 살면서 누구보다 서로 아끼고 다정해야 할 사람들이 어쩌다 이렇게 멀어졌을까?


가장 가까운 가족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안타까운 관계가 소설에만 나오는 상상이 아니라 종종 벌어지는 현실이라는 것은 사회통계에서 증명된다. 2014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한해에 32만 쌍이 결혼하고 11만 오천쌍이 이혼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318세 미만 아동 6796명이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를 당했고 학대 행위자는 친부모가 76.2%로 가장 많았다. 신고 된 사건을 바탕으로 작성된 통계라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아동 학대와 아동 인권의 개념이 최근에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감안 할 경우, 슬픈 현실이지만 숨겨진 학대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방송되었던 드라마 킬미 힐미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가진 재벌 3세와 정신과 여의사의 로맨틱 코미디로 많은 화제를 남긴 드라마였다. 뻔한 로코의 클리셰를 파괴한 신선한 전개의 대본과 7가지 다중 인격을 다채롭고 맛깔나게 연기한 배우,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섬세한 연출의 3박자가 잘 맞아 인기를 모았다. 필자의 경우 그 드라마가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아동학대와 그것이 한 인간의 삶에 남기는 깊은 상처를 보여주고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고 살아가게 하는 사랑의 힘을 극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동학대를 당한 사람들의 80%이상이 21세 때 우울장애, 불안장애, 섭식장애, 자살 시도 등 한 가지 이상의 정신장애를 가진다고 한다.(Silverman, Reinherts & Giaconia, 1996) 냉소주의적이고 자기비난을 잘하며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성격(Roe-sepowitz, Bedard & Pate, 2007)이 되기도 하며 심지어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Fuller-Thomson, Brennenstuhl, 2009) “정신건강의 시작과 끝은 가정의 행복에 있다는 여주인공(극중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의 대사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정 폭력이나 아동 학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정 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경험한다. 업무 스트레스가 늘어서, 사업이 잘 안 풀려서 힘들다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하다 보면 사실 일보다 더 힘든 것이 가족 문제라고 털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옛말이 변함없는 진리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가족 갈등의 원인에는 대화를 하되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기 보다는 각자 자기 말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소통의 부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를 추천한다.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폭력적인 대화(상대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이기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대화법)에 익숙한지를 보여 주면서 자신이 개발한 중재와 대화 기술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비폭력 대화의 핵심 효소는 관찰(observation), 느낌(feeling), 필요/욕구(need), 요청/부탁(request)이다. 행동, 상황을 관찰하고 그때 드는 느낌과 그것이 드는 이유(욕구)를 파악해 원하는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저자는 1984년 비폭력 대화 센터(CNVC : the Center for NVC)를 설립했고 이는 현재 미국 뉴멕시코주에 본부를 둔 국제적인 조직으로 발전하여 세계 각국에 지역 조직을 갖추고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평화롭게 중재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춘기 자녀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힘든 부모라면 역시 비폭력 대화에 바탕을 둔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라는 책도 흥미롭다. 같은 상황을 아이의 입장과 부모의 입장에서 다르게 보고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는 것이 대비되어 재미있게 읽힌다.


사춘기 아이와의 갈등상황에서 비폭력 대화를 응용해 보자.

S양은 엄마가 밤 12시로 귀가시간을 정해 놓고 매번 핸드폰으로 확인전화를 하고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해서 무척 화가 나 있다. S양이 엄마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엄마처럼 전화를 해대는 엄마도 없어! 나를 못 믿는 거야?” 엄마는 내가 널 못 믿어서 그러겠니? 험한 세상인데 일찍 일찍 들어오면 내가 그럴 일도 없을 거 아냐?”라고 맞받아치고 둘의 대화는 냉랭하게 끝난다.

비폭력 대화를 여기에 적용하면 S양은 엄마에게 이렇게 얘기 할 수 있다.

엄마가 몇 번이고 전화를 해서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할 때(관찰) 나는 화가 났어.(느낌) 엄마랑 약속을 했으니까 나를 믿고 기다려 주기를 기대했거든.(욕구) 전화로 확인하는 것은 한번만 했으면 좋겠어.(부탁)”

S양의 엄마도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다.

네가 밤 1130분이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어서(관찰) 걱정이 되었어.(느낌) 사고 없이 안전하게 귀가하기를 바라니까.(욕구) 늦을 것 같으면 오늘은 언제까지 들어가겠다고 미리 전화 해주면 좋겠어.(부탁)”


비폭력 대화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한번 실천해보자.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하면서 만나는 모든 관계에서 이런 대화 방식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이제 수신제가(修身齊家) 했으니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만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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